글/오소마츠상

[냐군쵸로/이치쥬시/오소쵸로] 조각글

HEMiA 2016. 6. 11. 00:29

트위터에서 소재랑 커플링 주면 조각글 써 주는 해시태그 했었음. 좀 옛날에…….



* 냐군쵸로 (첫 데이트)


 [쵸로마츠 군, 나 이번 주 일요일에 오프예요. 그러니까 데이트해요! ( ^ ω ^ ♥]


 갑작스레 도착한 이 메시지 하나로 내가 얼마나 잠을 설쳤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그리고 토요일인 오늘 얼마나 혼란에 빠져 있는지도. 거울 앞에 서서 이 옷 저 옷을 입어보고, 벗어보고……. 뭘 입어도 영 아니란 느낌이 든단 말이지. (사실, 가지고 있는 옷도 늘 입는 체크무늬 셔츠와 형제들과 맞춘 후드 따위들, 면접용 양복들뿐이니 아주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정식적인 첫 데이트인데다가 냐 군은 아이돌이니까, 최대한 부족하지 않게 하고 나가고 싶은데. 이게 바로 망할 동정의 한계인가, 결국 체리마츠고 딸딸마츠이며 쵸로따르스키인 내게는 무리인 것인가, 그런 것들로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기에 나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톳티, 아니, 토도마츠! 얼른 내 옷 어떤지 봐 줘! 그리고 어떻게든 해 줘!”


 형제들이 모두 모여 있는 2층 방의 문을 세게 열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향했다. 엥, 쵸로마츠 형? 왜 그러는데. 어디 중요한 데라도 가? 내게 호명된 토도마츠는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래! 목숨이 걸려 있어! 빨리 평가해 줘! 나는 토도마츠의 앞으로 달려가듯 빠르게 다가가 섰고, 토도마츠는 잠시 나를 훑어보다 곧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런 말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 뭐야 그 패션!? 순간적으로 바보 털 없는 카라마츠 형인 줄 알았거든!? 평소에도 존나 촌스럽지만 오늘은 안쓰럽네! 미친 거 아냐!?”

 “진짜냐!? 아니, 그보다 너 지금 나 은근 디스했, 아니다. 카라마츠 같았다니 심각하네!? 어떻게든 해 주라, 제발!”


 어디선가 당황하는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지만, 지금은 딱히 상관없었다. 내가 토도마츠를 붙잡고 늘어지자 녀석은 결국 깊게 한숨을 쉬고 날 방에서 끌고 나갔다. 결과적으로 다른 형제들이 그 일을 가지고 몇 번이나 놀려댈 것이며 토도마츠에겐 또 몇 번이나 욕을 얻어먹을지, 약간 암울한 미래가 눈앞에 선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데이트니까. 나는 토도마츠에게 끌려가며 내가 좋아하는 그 청록색 눈동자와 아이돌답게 곱지만 또 남자답게 크고 잔근육이 있는 따듯한 손, 내 이름을 부르며 좋아한다고 해 줄 때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떠올렸다. 내일이면 만날 수 있어, 냐 군. 무려 데이트라고, 데이트!


 “…… 저기, 실실 웃지 말고 본인의 일이니까 집중하지 그래, 라이징따르스키 형!?”

 “죄송합니다.”


 차려입은 나를 보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할까, 토도마츠에게 말로 얻어맞아가면서도 그 생각에 기분이 좋아 발걸음이 빨라졌다.





* 이치쥬시 (벚꽃)


 “이치마츠 형! 벚꽃 잔뜩 폈다아~”

 “아직 만개까지는 안 했는데.”

 “으응~ 그러게! 약간 아쉽지만, 곧 만개하겠지!”

 “아아, 그래…….”


 나한테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가 지붕 위에 올라와 있으면 어느 새인가 쥬시마츠가 따라 올라와 옆에서 떠들었다. 이치마츠가 형제들 중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제일 긴 게 바로 쥬시마츠였고, 쥬시마츠에게도 그러했으니까. 예전부터도 그랬지만, 성실했던 이치마츠가 무기력해지기 시작하면서 더 가깝게 지내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귀찮단 말이지…….’


 그렇게 안 보이지만 쥬시마츠는 분명 형제들을 끔찍이 아끼는 녀석이었고, 그래서 겉돌기 시작한 이치마츠를 억지로 잡아끌어 돌아오곤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언제나 이상한 언동으로 관심이나 끌고 앉았고. 물론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다 우리의 관심을 끌어서 우리가 함께 있길 바라는 것에서 나오는 행동이잖아. 나는 알고 있다고. 이치마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벚꽃! 벚꽃! 벚꽃!”

 “저기, 쥬시마츠.”

 “응? 왜애, 형아?”


 네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나는 모두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거니까. 그런 말을 속으로 넘긴 이치마츠가 이번에는 밖으로 한숨을 쉬었다.


 “벚꽃, …… 만개하면, 또 다 같이 놀러 가면 좋겠네.”

 “엥!? …… 우와하, 이치마츠 형이 그런 말을 먼저 할 줄은 몰랐어!”

 “문제 있냐.”

 “아니! 없슴다! 머슬 머슬! 허슬 허슬! 꽃놀이! 꽃놀이! 야구!”


 쥬시마츠가 아까보다 묘하게 더 밝아진 표정을 짓는 것에 이치마츠는 만족감을 느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따듯한 봄날의 햇살이 기분 좋은 날이었다.



 “쥬, 쥬시마츠. 잠깐만, 그렇게 뛰면 무너지, 에에에엑!?!?”

 “어라! 어라라! 무너진다, 무너져! 우와아아!”


 이치마츠의 말에 아까보다 더 신나버린 쥬시마츠가 지붕 위에서 방방 뛰기 시작해서, 결과적으로 지붕이 무너지고 그 바로 아래에 있던 카라마츠가 깔렸으며 쵸로마츠에게 잔소리를 듣게 된 건 덤.





* 오소쵸로 (목도리)


 우리 여섯 쌍둥이는 각자 ‘이건 나의 색.’ 이라고 정해놓는 색깔이 있었다. 우선 장남인 나, 오소마츠는 빨간색. 카라마츠는 파란색이고 쵸로마츠는 초록색, 이치마츠는 보라색에 쥬시마츠는 노랑이었으며 토도마츠는 분홍색이다. 난데없이 왜 색깔 이야기를 하냐면…… 글쎄, 그 색의 규칙을 깨먹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어려서부터 결벽증 기질이 있던 쵸로마츠는 유난히 그 색에 집착하는 녀석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할까, 남하고 같이 쓰기를 싫어한다고하 할까 뭐 그런 맥락이다. 후드 티 안에도 셔츠 단추를 끝까지 잠그고 입는다거나, 바지가 더러워지는 게 싫다고 끝부분을 접어 올려 입는다거나. 굉장히 답답하게 사는 녀석……. 하지만 그런 쵸로마츠였기에 다른 형제의 색을 걸치고 있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음, 본의 아니게 서두가 꽤 길어져버렸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쵸로마츠가 하고 있는 목도리의 색이 나의 색인 빨간색이라는 것이다. 아니! 나는! 빠칭코에 늦게까지 있던 날 데리러 와 준 쵸로마츠가 너무 추워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추우면 내 목도리라도 할래? 라고 반쯤 농담 친 게 진짜 먹힐 줄 몰랐지! 헉, 혹시 내가 모르는 새에 땅하고 하늘이 뒤바뀌어 버린 거 아님? 그럼 횽아 진짜 무서울 것 같아! 그리고 사실 그렇게 추운 날씨도 아닌데! 저 녀석 왜 저러지!? 왜 저럴까!?


 “저기…… 오소마츠 형.”

 “어!? 응! 아, 응! 왜, 쵸로마츠!?”

 “엥, 뭘 그렇게 놀라.”


 너 그거 진심으로 묻는 거냐!? 난 목구멍까지 솟아올랐던 딴죽을 겨우 참아내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했다. 평소에 딴죽 담당인 녀석이 이럴 때 담당 바꾸지 말라고! 결벽증 기질 있는 녀석이~ 라고 하면 왠지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 같으니까 아니라고 답한 거지만 말이야. 캬, 이 횽아 완전 장남력 터지지 않음? 속으로 신나게 자뻑질을 해대고 있는데 날 이상한 사람 보는 시선으로(횽아 좀 상처받았다…….) 보던 쵸로마츠가 마치 내 속을 다 읽은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오소마츠 형 목도리를 선뜻 한 게 그렇게 이상해?”

 “헤엑!? 아니, 그,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당연히 말은 안 했고, 그런 생각을 했겠지~ 라는 거야.”

 “에스퍼!? 에스퍼야!? 너도 에스퍼 냥코가 맞았던 그 주사 맞은 거야!?”

 “…… 좀 숨기는 기색이라도 보여라, 바보마츠.”


 한심한 녀석을 본다는 시선으로(횽아 진짜 상처받는다니까…….) 한숨을 쉬던 쵸로마츠가 곧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 올리며 작게 말했다.


 “오소마츠 형이 생각하는 건 대충 안다고. 그리고…… 그…… 오소마츠 형이니까 괜찮은 거야.”


 아아~ 역시 나라서 괜찮은 거구나. 그래, 그래. 나 장남이니까~ 그러니까 쵸로마츠도 안심하고……

…… 저 녀석 얼굴이 왜 저렇게 빨개졌지?

……………………………………………….


 “쵸로마츠, 횽아 이거…… 고백? 어…… 뽀뽀해도 되는 거?”

 “닥쳐, 망할 장남!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미친 소리 하지 마! 역시 이런 거 말해주는 게 아니었어!”

 “에, 왜애~ 횽아 완전 기쁜데?”

 “닥쳐!”


 아까보다 얼굴이 더 빨개져서는, 귀여워라. 근데…… 음……, 그렇다고 때릴 것까진 없지 않아? 진짜 너무하네……. 그래도 뭐 상관없으려나.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가는 쵸로마츠를 따라 뛰었다. 빠칭코에 왕창 져서 기분이 영 아니었는데, 갑자기 기분이 최고가 됐어! 오늘 밤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