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앙상블 스타즈!

[레오이즈?] 블랙홀

HEMiA 2017. 8. 30. 23:28

 ‘…… 이번에도 실패다.’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음표의 나열이 찌그러졌다. 보는 것조차 메스꺼워질 정도라 아무렇게나 구겨 던졌다. 같은 식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구기는 수고조차 들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질려서 아무렇게나 볼펜으로 죽죽 그어 던져놓은 것, 온전한 형태로 보존하고 싶지 않아 마구 찢어 던져놓은 것 등 형태는 다양했다. 전부 쓰레기였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며칠째 몰두하고 있는데도 완성은 커녕 쓰레기만 대량 생산해낼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작곡뿐이다. 내게서 작곡을 빼면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내 안의 우주엔 빛조차도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블랙홀이 자리하고 있어서, 모든 선율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은 그저 음표의 단순 나열일 뿐.


 이런 걸로는 세나의 꿈을 이뤄줄 수 없다. 세나. 나의 소중한 세나. 그 녀석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안겨주었다. 기다려, 기다려. 내가 당장 걸작을 만들어 줄 테니까. 그래, 답은 세나다. 세나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모습을 떠올리면 영감이 떠오를 수 있을 거야. 오선지를 찾았지만 남아 있는 종이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괜찮아, 딱히 종이가 아니어도 돼. 선율만 자아낼 수 있다면 돼. 나는 벽에 걸린 액자 따위를 치워내고 텅 빈 벽 앞에 펜을 들고 섰다. 눈을 감고 세나를 떠올렸다. ……떠올리려 했다.

 세나의 노랫소리가, 세나의 얼굴이.


 ……어땠더라?




 …….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음표의 나열이 찌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