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이즈미] 안부
츠키나가 군도 온대.
관심 없었을 동창회 따위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는 아마도 이 한 줄이었을 테다.
졸업 후 다시 모델 업계로 복귀한 세나 이즈미는 생각보다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아이돌 일과 병행하느라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업계에서 자신이 안정적으로 있을 위치를 다잡기 위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스케줄을 빡빡하게 채워 넣은 탓이다. 건강관리도 프로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지. 그는 입버릇처럼 그리 말하며 빡빡한 스케줄 속에 꼭 일정의 휴식을 취했다. 쉴 때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옆에 끼고 신곡을 체크했다. 아티스트가 아닌 작곡가의 신곡. 물론 그 츠키나가 레오의 곡이다.
졸업 후, 이즈미가 그랬듯 레오 또한 작곡 업계로 완전히 돌아섰다. 그는 국내외를 전전하며 작곡에 전념했고 어떻게 그리 빨리 작업할 수 있는 건지 하루하루 새 곡을 발표했다. 처음에 이즈미는 그가 또 이전처럼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곧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곡조에 발로 차이듯 녹아내렸다. 이즈미는 웃었다. 자신이 츠키나가 레오라는 인간을 얕봤음에 의한 실소였다. 작곡이 곧 인생이라고 말했던 그가 이제야 제 맘대로 날뛸 수 있는 무대 위에 섰을 뿐이다. 그도 안정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다잡으려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여전히 레오는 이즈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이즈미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엔 울리지 않는 핸드폰에 울분을 터뜨린 적도 여럿 있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가 바로 눈앞에 있지 않아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이즈미는 레오 또한 같으리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무대에서 있는 힘껏 빛나고 있었기에 연락 같은 건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신뢰라는 건 말로 전하는 게 아니잖아. 듀엣 파트의 가사처럼 말없이 등 뒤를 맡기고 나아가고 있을 뿐이니.
동창회에서 마주한 레오는 여전히 그 특유의 발음으로 이즈미의 이름을 불렀다. 안녕, 세나! 오랜만에 만난 주제에 잘 지냈냐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즈미는 그걸로 만족했다. 안녕, 레오 군. 작게 웃으며 건넨 인사에 레오도 만족한 듯 활짝 웃어 보였다. 굳이 그간의 안부를 물을 필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