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흑? 츄다자?] 조각글 두 개
(1) 그 기대가 보답 받는 일은 없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역대 최연소 간부의 갑작스런 임무 포기와 잠적. 조직 내부에서는 간부의 배신이라며 술렁였지만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 다자이라고? 이번에도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니까. 부러 아끼던 페트뤼스 89년산을 따 가며 녀석의 부재를 거하게 축하했다. 눈앞에서 없어져 준다면 이쪽이야 환영이지. 얼마 뒤에 그 뻔뻔한 낯짝을 다시 보게 되겠지만 말이야.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다자이가 신분을 세탁하고 무장 탐정사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에도 나는 녀석이 포트 마피아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친분이 있었다던 자들과 무슨 일이 있었다고는 들었지만, 도저히 그런 트러블만으로 조직을 나갈 녀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죽었다는 친구를 따라 죽었으면 또 몰라. 뭐 그 녀석이 죽는다는 사실 자체 또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야, 망할 다자이. 네 놈 때문에 내가 줄곧 혼자 일하고 있었다는 거 아냐? 게다가, 나 간부가 됐어. 이젠 너랑 같은 위치라고. 이젠 어디서나 네 놈을 후려 팰 수 있는 위치라니까? 혹시 이게 겁나서 못 돌아왔냐? 하여튼 못난 놈. 그래서,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냐? 어떤 공을 세울 작정이지? 하여튼,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잘 모르겠다니까. 누구보다도 싫은 푸른 고등어 자식. ……기대하고 있어, 파트너.
(2) 복숭아꽃
다자이 오사무가 죽었다. 자살이었다. 평소처럼 입수라며 강에 곧잘 뛰어들어댔던 그였기에 이번에도 다들 그가 뭔가 꾸미고 있는 중이라며 곧 돌아올 것이라 여겼다. 때문에 모두는 다자이가 행적을 감춘 5일 뒤 그의 시체가 썩어 짓무른 채 강가에서 발견되자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자살 자살 노래를 부르더니, 잘 됐네."
싫어하는 녀석이 세상에서 사라져 주다니 정말 기쁠 따름이야. 다자이의 장례식에 나타난 나카하라 츄야는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품속에서 웬 꽃가지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개화 시기가 지난 지 얼마 안 된 복숭아꽃이었다.
"너 이 새끼, 오늘 네놈 생일이잖냐."
츄야는 끅끅거리며 제 눈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 생일을 기일로 만드네! 정말 미친놈이야, 다자이! 실성이라도 한 것처럼 웃는 모습이 마치 온몸으로 오열하는 것만 같아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