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자] 바다
“오다 사쿠의 눈은 마치 바다 같아.”
“바다?”
“응, 바다. 푸른색이잖아.”
“그렇군.”
“그런데, 보통은 바다에 잔잔하다거나 조용하다는 수식어를 붙여서 표현하더군. 난 그거 아니라고 봐. 생각해 보게, 바다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있지는 않아. 무섭게 파도가 칠 때도 있고, 메말라 버릴 때도 있고, 물이 넘쳐버릴 때도 있어. 형태를 곧잘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바다라는 친구지. 수식어를 한정적으로 붙이는 건 그에게 실례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런가.”
다자이는 내 눈을 들여다보듯 시선을 이쪽으로 고정하며 이야기했다. 바다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역시 다자이는 생각이 깊다. 나는 손톱만큼도 따라갈 수 없겠지.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는데 그가 아, 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인류가 바다에게 갖고 있는 고정관념 중에 하나 정도는 공감하고 있어.”
“그게 뭔가?”
“우후후. 궁금하면 무언가 내가 말하고 싶어질 만한 동기를 부여해주게.”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다자이에게서 말을 끌어내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같은 말단 조직원이 조직 간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긴 한 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낸 결론은 아주 형편없었다.
“게 통조림은 어떤가?”
“나쁘지 않군. 특별히 말해 줄게.”
아무래도 다자이가 정말 게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마스터에게 게 통조림을 하나 부탁했고, 다자이는 마스터가 내어 준 통조림을 까서 손으로 살을 몇 개 집어먹은 뒤 말을 이었다.
“바다에는 온갖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다는 거야. 연구할 필요가 있지. 그 심해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없고 말이네. 나도 바다에는 흥미가 많거든. 직접 빠져서 온몸으로 그를 느끼며 그 비밀을 풀어내고 싶다네.”
다자이는 묘하게 들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이런 탐정 같은 꿈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역시 대단하군. 다시 한 번 그에게 감탄했지만, 지금 그의 말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나는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 역시 문제점을 짚어주기로 했다.
“그렇군. 하지만 바다에 빠지면 감기에 걸리니까 관두는 게 좋아.”
“아……. 응. 그래, 그렇겠지.”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다는 사실을 잊었던 모양인지, 다자이는 아쉬운 듯한 모양새로 상 위에 상체를 푹 엎드렸다. 풀이 잔뜩 죽은 것 같았다. 하지만 감기에 걸리면 아프니까 어쩔 수 없지.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왠지 멋쩍어진 나는 뒷목을 매만졌다. 문제점을 짚어주지 않는 편이 좋았을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고민했지만 그런 류는 자신이 없었다.
“바다에 빠지는 것보단 바닷가에 앉아서 그걸 관찰해보는 건 어떤가?”
“…… 그건 이미 하고 있어…….”
이미 하고 있었단 말인가. 역시 많지 않은 나이에 포트 마피아의 간부 자리에 오른 만큼 대단한 사내다. 나는 오늘만 세 번째로 그에게 감탄했고, 또 멋쩍어져서 혼잣말을 흘렸다.
“바닷가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함께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 응!?”
그 순간, 엎어져있던 다자이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 눈을 크게 뜨며 날 바라봤다.
“그런 거면 나쁘지 않네! 그래,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해 준다면 좋을 것 같아!”
“그렇군.”
다자이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다시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게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다자이는 바다와 관련된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날이었다.
그래, 나중에 포트 마피아를 나와 소설을 쓰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다자이와 함께 앉아 그가 좋아하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리고 그 내용을 토대로 글을 쓰는 거다. 언제가 될 지도 확실치 않은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되었다.
(다자이가 말하는 바다 = 오다 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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